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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 39 - 아브라함과 아비멜렉 (20:1-18절)(17절)
『창세기』를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늘 본문을 읽을 때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입니다.
<어? 이거 어디서 읽었던 이야기인데? 이 본문에 관한 메시지도 들었던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어야 정상입니다.
이 본문을 읽었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가 읽은 본문은 <창세기 12장 후반부>의 본문과 무척 닮았습니다.
아브람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나안 땅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땅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아브람은 애굽 땅으로 내려갔습니다.
애굽 땅에 들어가려니 그에게 꺼림칙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내 사래가 너무 예뻐서 애굽 사람들이 아내를 빼앗고 자기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래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나를 여보라고 부르지 말고, 오빠라고 부르세요.>
아니나 다를까 애굽 사람들이 사래의 아름다움을 보고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래의 소문이 애굽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바로는 사래의 오빠인 아브람에게 엄청난 지참금을 주고 사래를 왕궁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사래의 일로 바로에게 큰 재앙을 내리십니다.
그 일로 바로는 사래가 아브람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브람을 책망한 후에 사래를 돌려 보냈습니다.
언뜻 보기에, 오늘 본문 이야기의 패턴은 <창세기 12장>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합니다.
애굽이 그랄로, 바로가 아비멜렉으로 바뀌었을 뿐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본문 이야기의 사실 여부와 시간적 배치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곤 했습니다.
이 본문의 진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12장>에서 사라의 아름다움을 보고 바로가 사라를 데려갔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90세 된 사라의 외모를 보고 아비멜렉이 바로와 똑같은 행동을 과연 했겠는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혹자는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아브람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말기의 사건이 아니라 초기에 일어난 사건일 수밖에 없고, 성경 편집자가 의도적으로 이곳에 배치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러함에도 지금까지 아브라함의 신앙의 여정과는 배치되는 듯한 모습을 아브라함이 보여주는 이 본문이 우리에게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본문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앞에서 제기된 주장들이 이 본문을 얼마나 크게 오해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이 본문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은혜를 줄 수 있는 본문 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1절>은 아브라함이 헤브론을 떠나 이사를 다닌 여정을 알려줍니다.
가나안 남쪽 네게브 지방으로 옮겨 가서, 가데스와 술 사이에서 삽니다.
그곳에서 얼마나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얼마 동안만 살다가 다시 그랄로 이사를 갑니다.
지도를 보면 아브라함이 이사를 다닌 지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헤브론에서 네게브로 그리고 애굽이 가까운 술 광야로 내려가려고 하다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돌이켜서 블레셋 사람들의 땅인 그랄로 옮겨옵니다.
이사를 다니는 이 여정을 보면서 아브라함의 어떤 망설임, 머뭇거림, 갈등 같은 것이 느껴 지십니까?
우리는 <1절>에서, 애굽으로 갈까 말까 <고민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애굽으로 가려다가 가데스와 술 사이에 머물렀다가 다시 결심하고 가나안 땅으로 돌이키는 <갈등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제기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왜 20년 가까이 살았던 헤브론을 떠나 이사를 했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헤브론이 아브라함에게 어떤 곳인가를 살펴보면 이 의문은 더 커집니다.
아브라함이 헤브론에 정착한 것은 롯과 헤어진 직후였습니다(창 13:18절)..
롯은 소돔성으로 갔고 아브라함은 헤브론의 마므레로 갔습니다.
다행히 헤브론에는 아브람에게 호의적인 형제들이 있었습니다. 마므레, 아넬, 에스골이 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돌라오멜 동맹군을 물리칠 때도 아브라함과 힘을 합해 싸웠습니다.
아브라함은 헤브론에서 든든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아브라함과 사라는 헤브론에서 아들에 대한 하나님의 확실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네게로 돌아오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창 18:14절)
예전에 아브람이 가나안 땅을 떠나 애굽으로 내려갈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나안 땅에 큰 가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이유가 성경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큰 가뭄이 들어서 아브라함은 헤브론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요? 혹자는 그렇게 해석합니다.
가뭄을 피해 풀을 찾아서 떠났다는 추측도 일면 가능성이 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20년 동안 가나안 땅에 크고 작은 가뭄이 많이 있었을 텐데, 그동안에는 한 번도 헤브론을 떠나지 않았다가 이번에 가뭄 때문에 떠났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브라함이 20년 넘게 살았던 헤브론을 떠난 이유를 <19장>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9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내려 소돔과 고모라 성이 하루 아침에 망해 버렸습니다.
아브라함은 멀리서 마치 아궁이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 같은 모습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 후에 롯의 행방도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롯의 행방을 압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알 수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의인 10명이 없어서 소돔 고모라가 멸망했고 그 가운데서 롯과 그의 가족들도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 화려하던 소돔과 고모라 성이 하루 아침에 불바다가 되어 망해 버렸습니다.
그 광경을 아브라함이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롯도 죽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이 받은 충격이 어떠했을지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이 사건이 아브라함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스물두 살 청년이 있었습니다.
법과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던 그는 여름 방학을 맞아 부모님을 뵈러 고향 집에 내려갔습니다.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와 함께 학교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괴성과 함께 벼락이 떨어졌는데, 옆에 같이 걷던 친구가 벼락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친구가 바로 옆에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너무나 큰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엎드려 '성 안나'에게 수도사가 되겠다고 서원했습니다. 그가 바로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입니다.」
불행한 사건이 그에게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항상 좋은 쪽으로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괴롭힘을 당합니다.
엄청난 일이 옆에서 벌어지면,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몸과 마음에 받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이런 일을 경험하지 않기를 우리는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현장은 사고의 소식, 안타까운 소식들로 가득합니다.
사건 사고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나에게는 상관없는 뉴스로 치부하고 지나칩니다.
그러나 그 사고의 당사자가 내 가족, 친척, 친구, 나의 사랑하는 사람일 경우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브라함은 어떠했을까요? <18장>에서 만나는 아브라함은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그렇지만 당당하게 기도하는 아브라함 입니다.
그러나 소돔 고모라는 적어도 아브라함이 생각하기에, 의인 10명이 없어서 망했습니다.
목숨 걸고 그돌라오멜 동맹군과 싸워 살려냈던 롯이 죽었는지, 실종되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롯은 끝내 아브라함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성경에서 다시는 롯과 아브라함이 만나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의 두려움, 상실감이 어떠했을까요? 롯을 구해주지 않으신 것 같은 <하나님에 대한 서운함>은 없었을까요?
엄청난 일을 당해 충격을 받은 아브라함은 아마도 헤브론을 떠나기로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이때 하나님께 방향을 묻지 않습니다. 그냥 헤브론을 떠나 남쪽으로 갑니다. 그리고 이 결정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우리의 결정이 항상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감동, 하나님의 방향에 근거한 결정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두려울 때, 화가 났을 때, 서운한 마음에서 중대한 결정을 하지 않는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럴 때 하는 결정은 반드시 또 다른, 혹은 더 심각한 문제를 낳습니다.
<2절>에 보면, 아브라함은 그랄 사람들에게 자기 아내를 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그가 밝히고 있습니다. <11절>을 보십시오.
“아브라함이 이르되 이 곳에서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으니 내 아내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나를 죽일까 생각하였음이요."
그랄의 아비멜렉 왕은 종들을 보내어 아브라함의 누이라고 소개한 사라를 데려가 버렸습니다.
애굽에 내려간 앞의 이야기와는 달리, 여기에는 사라의 외모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비멜렉이 사라를 데려간 이유가 굳이 외모 때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도 아비멜렉은 많은 재물과 종들을 거느린 아브라함과 정략적인 혼인 관계를 맺고자 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결과는 심각해졌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내를 빼앗긴 사실 자체도 심각한 것이지만, 앞에서 하신 「하나님의 약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은 더 심각한 일입니다. (구속사)
아비멜렉이 사라를 빼앗아 갔다면, 과연 내년 이맘때 사라에게 아들이 생길 것이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드디어 하나님이 친히 등장하십니다. 하나님은 아비멜렉의 꿈에 나타나셔서 그를 협박하십니다. <3절>을 보십시오.
"그 밤에 하나님이 아비멜렉에게 현몽하시고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데려간 이 여인으로 말미암아 네가 죽으리니 그는 남편이 있는 여자임이라."
아비멜렉은 깜짝 놀라서 자신을 변명합니다.
하나님은 그의 순수한 마음과 결백한 손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살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7절>을 보십시오.
“이제 그 사람의 아내를 돌려보내라 그는 선지자라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리니 네가 살려니와 네가 돌려보내지 아니하면 너와 네게 속한 자가 다 반드시 죽을 줄 알지니라.”
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아비멜렉은 어떻게 했습니까?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신하들을 불러모아 꿈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크게 두려워 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아브라함에 대한 두려움, 죄를 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습니다.
아비멜렉은 아브라함을 불러서 자초지종을 확인한 후 그에게 양 떼와 소 떼와 남종과 여종을 주고 사라도 돌려보냈습니다(14절).
그리고 원하는 땅이 있으면 어디든 살아도 좋다고 호의를 베풀어 주었습니다(15절).
이뿐 아니라, 사라의 명예를 회복해 주기 위해 특별히 은 천 세겔을 아브라함에게 주었습니다(16절).
은 반 세겔이 당시 노동자의 월급이었다고 하니, 천 세겔이면 노동자 167년 치의 월급에 해당하는 큰 돈입니다.
아비멜렉은 사라의 명예 회복을 위해 큰 돈을 아끼지 않고 내어 주었습니다.
<아비멜렉>이란 이름은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 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그의 호칭인지 이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는 왕의 아들로 태어나 그랄 왕이 되었습니다.
그는 부자였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가나안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했습니다. 하나님이 꿈에서 말씀하신 대로 순종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우습게 어겼던 소돔 사람들과는 달랐습니다. 그는 순수한 마음, 결백한 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많은 무리의 아버지>란 뜻입니다. 그는 나그네입니다. 그는 외국인입니다.
그는 이름과는 달리 자식이 없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보다 그랄 사람들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아비멜렉을 속였습니다.
<아비멜렉과 아브라함>, 누가 더 옳은 사람입니까?
적어도 이 본문에서는 아비멜렉이 더 옳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비멜렉이 더 멋있게 보입니다. 남자 답고 신사적입니다. 사라를 배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누구를 책망하셨습니까? 아비멜렉을 책망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을 책망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브라함의 실수로 아비멜렉이 범죄 할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 때문에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을 나무랐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나무라거나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묵묵히 그의 실수를 감당해 주시고, 아비멜렉이 범죄하지 않도록 막아 주시고, 사라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십니다.
더 나아가 아브라함을 아비멜렉에게 하나님의 선지자로 높여 주십니다.
“그는 선지자라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리니 네가 살려니와.”(7절)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기도하매 하나님이 아비멜렉과 그의 아내와 여종을 치료하사 출산하게 하셨으니."(17절)
아브라함의 하나님은 곧 우리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도 아브라함처럼 신앙 생활을 잘하다가도, 엄청난 일을 당하거나, 두려움에 빠지거나, 화가 나거나, 서운한 일을 당할 때, 잘못된 결정, 하나님의 언약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을 하는 실수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연약함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나도 아브라함처럼 큰 실수를 하지 않을까, 잘못된 결정을 해서 인생에 큰 위기를 자초하지나 않을까, 그동안 쌓아 왔던 신앙을 다 무너뜨리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거나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은 우리에게 이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편이 되어 우릴 돕는 자 가운데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하나님을 바라 보아야 합니다.
어려울 때 일 수록, 절망적인 일을 당할 때 일 수록, 화가 나고 서운한 일을 만날 때 일 수록, 더욱더 이 하나님을 바라 보아야 합니다.
우리 편이 되셔서 우리를 돕는 자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바라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 길은 녹록지 않습니다. <비현실 같은 현실>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계십니다. 우리 편에 계셔서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이 하나님이 계시기에 우리의 신앙 여정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성도의 견인>(perseverance of the Saints)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믿음을 끝까지 붙드시고 이끌어 주시는 하나님을 더욱 더 의지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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