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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 - 예수님의 제자가 추구해야 할 인생 (눅 6:20-26절)(20절)
예수님의 제자들이 추구해야 할 인생은 이 세대를 바라보고 통곡할 줄 아는 역설 인생입니다.
본문에는 <마태복음 5장>의 산상 수훈의 팔복과 유사한 교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마태복음의 산상 수훈은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5:1절)라는 말씀으로 시작되는 반면,
본문인 <누가복음 6장>은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내려오사 평지에 서시니"(17절)라는 말씀으로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마태복음과 비교해서 '평지 보훈' 또는 '평지 설교'라고 부릅니다.
또한 <마태복음 5장 1-12절>은 여덟 개의 복의 교훈이 기록되었다 해서 '팔복 설교'로 알려져 있는 반면, 누가복음 본문에는 '네 개의 복과 네 개의 화 설교'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의 시작인 <20절>에는 "예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고 이르시되" 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삶의 역설을 증언하신 말씀으로 보입니다.
어떤 성경 학자들은 이에 대해 예수님의 동일한 메시지가 마태의 시각과 누가의 시각으로 편집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예수님이 다른 장소와 다른 상황에서 팔복 메시지의 핵심을 네 개의 복과 네 개의 화로 다시 나누어 정리해 주신 말씀으로 보는 것이 더 정설 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역설적 형태로 말씀을 전달하신 것이 본문의 더욱 두드러진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말씀이지만 말씀을 받는 제자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복이 될 수도 있고, 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논리학에서는 '역설', 영어로는 '패러독스'(paradox)라고 합니다.
얼핏 보고 들으면 일반적 진리와 모순이 되는 말씀이지만, 깊이 헤아려 생각해 보면 진리가 되는 말씀을 일컫는 말입니다.
보십시오. 세상은 결코 가난하거나 주린 자를 복되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인생이 오히려 복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역설적 진리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런 역설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누가는 예수님이 산상 수훈의 팔복에서 강조하신 네 가지 역설 인생을 소개합니다.
이제 예수님의 제자의 네 가지 복과 화에서 본 역설 인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1. '가난한 자의 복'과 '부요한 자의 화'
<마태복음 5장>에 기록된 산상 수훈의 서막은 소위 팔복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복음에는 팔복이 아닌 네 개의 복과 네 개의 화가 짝을 이루어 등장합니다.
그 첫째가 '가난한 자의 복과 부요한 자의 화'입니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고 이르시되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눅 6:20절)
이 말씀의 짝은 본문 <24절>입니다. "그러나 화 있을진저 너희 부요한 자여 너희는 너희의 위로를 이미 받았도다."
무슨 말입니까? 가난한 자는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는 복을 누리고, 부요한 자는 부요함으로 위로를 받고 오히려 화를 자초한 인생을 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물질의 가난을 예찬하고 물질의 부요를 정죄하는 말씀일까요?
이 말씀의 분명한 의미를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5장 3절>에서 말씀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다시 말하면, 예수님께서는 심령의 가난함이 제자의 조건임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가난은 누군가를 의존하지 않고는 스스로의 삶이 불가능한 상태를 뜻합니다.
그런 사람만이 하나님을 의존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바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복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부요한 사람은 부요 그 자체에 취한 나머지 부요를 신으로 섬기게 되고 그것으로 위로를 삼기 때문에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 그 자체가 저주요, 화가 아니겠습니까?
물질적으로 부자인 사람 중에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는 물질이 있어도 물질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을 의지합니다. 그런 사람은 영적으로 심령이 가난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부자인 아리마대 요셉이 그런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새 무덤을 예수님의 무덤으로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질의 부요함으로 거지 나사로를 종으로 부린 부자는 끝내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자기가 부린 종에게나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지, 자기에게는 필요한 하나님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지옥에서 아브라함을 향해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눅 16:24절) 하고 부르짖습니다.
본래 '나사로'(Lazarus)는 '하나님의 도움'이라는 뜻입니다.
부자 주인은 나사로를 부를 때마다 "하나님의 도움아!" 하고 외치면서 자기에게는 그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부요가 화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겸손히 하나님만 의지하고 사는 복된 가난의 사람입니까, 아니면 하나님을 무시하고 사는 저주받을 부요의 인생입니까?
2. '주린 자의 복'과 '배부른 자의 화'
"지금 주린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배부름을 얻을 것임이요"(눅 6:21절).
이 말씀의 짝은 "화 있을진저 너희 지금 배부른 자여 너희는 주리리로다"(눅 6:25절) 입니다.
위의 두 말씀을 비교해 보십시오. 우리는 이 땅에서 주린 자의 기아를 동정하고 배부른 자의 특권을 동경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여기서 또 하나, 당신을 따르는 자들의 역설 인생을 말씀하십니다.
한마디로 주린 자가 복되고, 배부른 자에게 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은 단순히 물질적인 주림과 배부름을 말씀하고 계신 것일까요? 다시 <마태복음 5장 6절>의 말씀과 비교해 보십시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앞의 말씀에서 주리고 목마름의 대상을 무엇이라고 말씀합니까?
'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의의 절대 근원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의가 되십니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주리고 목마름은 다른 것이 아닌 하나님에 대한 주림과 목마름인 것입니다.
주리고 목마르게 하나님을 구하는 자들만이 하나님으로 배부를 것이라는 역설입니다.
의의 반대가 무엇입니까? 불의함이 아닙니까?
불의함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불행한 자가 됩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자가 됩니다.
우리는 거짓된 것을 추구하며 이 불 만족함에서 헤어나려 합니다.
우리는 돈에 주리고 목 말라 합니다. 때로는 권력에 주리고 목 말라 합니다. 때로는 성에 주리고 목 말라 합니다.
때로는 무엇에 주리고 목마른지도 모른 채 주리고 목 말라 합니다.
실상 우리의 거짓된 주림과 목마름은 죄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런데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6:35절)라고 약속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은혜로 가득하고 성령님으로 충만해집니다.
우리는 그때에야 비로소 배 부른 자가 됩니다.
1517년에 마틴 루터가 그런 체험을 했습니다. 1738년에 존 웨슬리(John Wesley)가 그런 체험을 했습니다. 저도 어린 날 그런 체험을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주의 은혜로 죄 사함을 받고 의롭다 함을 얻은 충만한 행복 속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렇게 주의 은혜로 충만한 순간부터 우리는 그분의 사랑에 더 굶주리고, 그분의 거룩함에 더 굶주리고, 그분의 영광에 더 굶주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이 지상의 모든 상대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하게 됩니다.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나와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집니다.
이것을 경험한 자가 복된 인생이고, 이것을 모르는 자는 저주받은 인생 입니다. 이 주리고 목마른 복을 체험했습니까?
3. '우는 자의 복'과 '웃는 자의 화'
"지금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임이요"(눅 6:21절)
이 말씀의 짝은 본문 <25절 후반부>입니다. "화 있을진저 너희 지금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
우는 자가 복이 있고, 웃는 자는 오히려 애통하게 될 것이라는 역설의 말씀입니다.
<마태복음 5장>에서 유사한 말씀을 찾는다면 <4절>입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우선 분명히 할 것은,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웃음이나 기쁨을 평가 절하하는 말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경은 특히 성령님의 열매로서 기쁨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사랑과 희락), 또한 사도 바울은 항상 기뻐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도 <요한복음 15장 11절>에서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어 너희 기쁨을 충만하게 하려 함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은 결코 짜증내며 울고 다니는 자를 복이 있다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다만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는 인생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상 생애 중에 세 번을 우셨다고 성경은 기록합니다.
친구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우셨고(요 11:35절), 죄로 말미암은 심판의 위기에 직면한 예루살렘 성을 보시며 우셨고(눅 19:41절), 겟세마네 동산에서 통곡과 눈물로 인류를 위한 간구와 소원을 올리셨습니다(히 5:7절).
그러나 오늘 우리는 울어야 할 때 오히려 경박한 웃음으로 우리의 영적 현실을 피해 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이 이런 눈물과 웃음의 이유가 왜곡된 우리 세대를 향해 주신 말씀을 기억합시다. <마태복음 11장 16,17절>을 보십시오.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추구해야 할 인생은, 이 세대를 바라보고 통곡할 줄 아는 역설 인생입니다.
4. '버림받은 자의 복'과 '칭찬 듣는 자의 화'
"인자로 말미암아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며 멀리하고 욕하고 너희 이름을 악하다 하여 버릴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도다.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라 하늘에서 너희 상이 큼이라 그들의 조상들이 선지자들에게 이와 같이 하였느니라."(눅 6:22,23절)
이 말씀의 짝은 본문 <26절>입니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칭찬하면 화가 있도다 그들의 조상들이 거짓 선지자들에게 이와 같이 하였느니라."
예수님은 사람들의 칭찬만을 구하는 인생을 거짓 선지자들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반면에 인자되신 예수님 때문에 욕먹는 인생이 복되다고 말씀하십니다.
<마태복음 5장>에서 마지막 여덟 번째 복에 해당되는 인생입니다. <10,11절>을 보십시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과거 구약 시대의 선지자들이 이런 인생을 살았고, 지금도 우리 시대의 선지자인 선교사들이 복음 때문에 이런 인생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2007년 4월, 과거 기독교 사역의 중심지인 소아시아, 지금의 튀르키예에서 사역 중이던 독일 선교사 틸만(Tilman)과 함께 문서 선교를 하던 현지 사역자 두 명이 무슬림 청년 다섯 명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틸만은 무려 156번이나 칼로 찔림을 당했고, 함께 하던 현지 사역자들도 예수님을 부인하면 살려 준다는 위협을 당했으나 끝까지 부인하지 않아 결국 목이 잘리는 순교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직후, 틸만의 부인인 수산나 선교사가 공중 매체를 통해 "나는 저들을 용서합니다. 저들은 저들이 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용기 있는 선언에 힘입어 이스탄불 광장에 현지 그리스도인 500여 명이 모여 그들의 정체가 공개되는 위협을 무릅쓰고 "우리도 그리스도인이다. 우리를 다 죽여라"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몇 해 전인 2019년, 튀르키예 동부 지역에서 시리아 난민 선교를 하던 한국인 김진욱 선교사가 다시 무슬림 청년의 공격으로 그 땅에서 순교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목회자/선교사협의회는 "우리는 난민 선교를 계속할 것이며 고(故) 김진욱 선교사의 순교 신앙을 따라 복음 전파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제자가 아닐까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스스로의 삶이 불가능한 상태의 가난한 자,
그래서 하나님만 의지하게 되고,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복을 누리는 역설적인 진정한 제자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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